디지털 기록 보존이 무너진 이후 가장 먼저 느껴지는 변화감은 그간의 기록을 다시 시작해야 한다는 생각이 심리적인 압박감으로 작용한다는 것입니다. 기록을 떠올리는 바로 그 순간, 마치 해야 할 일이 늘어난 것 같은 느낌이 들고, 또한 과거에 제대로 관리하지 못했던 기억이 함께 떠오르면서 부담감이 한층 증가됩니다. 이러한 단계에서 보통의 이들은 기록을 싫어하는 것이 아니라 기록과 관련된 실패의 경험을 피하게 되고 있는 상태에 가깝습니다. 무엇을 어떻게 남겨야 하는지 명확하지 않고, 어디서부터 다시 시작해야 하는지도 알 수 없기 때문에 기록은 점점 더 멀어집니다. 하지만 그럼에도 매우 중요한 것은 이것이 기록에 대한 완전한 거부 상태가 아니라는 사실입니다. 오히려 기록의 필요성은 이미 내면에서부터 인정되고 있..